어느 한국인의 삶
이 책은 파리에서 간행과 함께 1930년 한해에 5쇄를 인쇄할 만큼 프랑스는 물론 스페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었다. 1920년 파리에 유학할 때만 해도 프랑스어를 몰랐던 서영해가 9년 만에, 그것도 유창한 프랑스어로 한국역사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에서 구사하고 있는 프랑스어 어휘와 문장은 매우 고급스럽고 유려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간행되자 프랑스 언론과 문단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역사소설은 프랑스인들의 기존 극동관과 사뭇 달랐던 점에서 흥미를 이끌어 냈다. 이전까지 프랑스인들은 주로 일본을 통해 한국을 보아 왔으나,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한국 역사문화의 진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일본은 한국 역사 문화에 대한 왜곡을 유럽에서도 집요하게 선전했다. 그들은 한국이 자주 독창적인 역사와 문화가 없는 중국의 오랜 속방으로, 근대에 이르러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비로소 문명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고 왜곡했다. 조선총독부는 아예 이런 내용을 담은 선전 책자를 프랑스어판으로 발간해 뿌리기도 했다. 서영해의 역사소설이 그것을 통쾌하게 물리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