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섞어 마시는 빨간구두
인문학 섞어 마시는 빨간구두는 첫아이가 골라준 구두에서 탄생했다. 인문학도인 내가 참으로 가까이하기 힘든 색이 빨강이었다. 왠지 내게 어울리는 색은 검정 혹은 그와 비슷한 회색 정도로 여겨져 옷장과 신발장 안은 온통 검정투성이였다.
3대 사이코 학과 중 하나였던 국어국문학도로서 술과 한국의 언어와 문학에 묻혀 살던 시절에도 모조리 검정으로 입고 걸치기를 반복하며 학교와 집을 오갔다. 그러니 내가 색을 더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충격과 맞먹을 정도.
인문학이라고 하면 지루해 하품 나오는 학문 정도로 여겨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나는 인문학이 그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한다. 인문학이 왜 지루해야 할까?